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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댓글 논란, 윤완주의 징계는 절대 과하지 않다

스포츠/야구

by Chanu Park 2015. 4. 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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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마음 잡고 글을 쓰려고 블로그를 켰는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내 블로그 계정이 휴면계정이 되어 있더라.

기껏 블로그를 켠 이유가 또 야구 때문이라는게 자존심이 상한다. 나도 취업하고 나서 멋진 걸 사고 리뷰를 적는다거나 남들이 내 안부를 궁금해해서 그런 소식들을 전하고 싶은데...


오늘은 기아 타이거즈의 윤완주 징계 사건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블로그를 켰다. 나는 해당팀의 팬이 아니라 NC 다이노스의 팬이라 다른 팀을 응원하지만 야구를 꾸준히 지켜보는 입장에서 글을 써볼까 한다.


윤완주의 징계, 너무 과하다?

기아 타이거즈의 윤완주 징계에 대해서 과한 처사가 아니냐는 말이 자주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인터넷 용어를 SNS 댓글에 적었다는 이유로 3개월 자격 금지에 월급까지 지급하지 않겠다는 징계이니 외부에서 볼 때는 '오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내 주변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징계에 대해 의아함을 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결정이 적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의 뜻은 중요하지 않다

윤완주가 징계를 받게 된 댓글은 단 8글자였다. '노무노무 일동차렷'

내가 일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저 글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이 SNS 댓글은 곧바로 캡쳐되어 많은 사람들이 윤완주를 '일베 유져'로 확신하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뜻을 모르고 사용했다'는 취지의 사과글을 올렸으나, 정황상 저 글은 어법에도 맞지 않은데다, 일베를 하지 않는다면 저런 글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명백했기 때문에 이 사과글은 팬들에게 그저 '말도 안 되는 뻔뻔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그는 구단으로부터 3개월 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게 됐다. 이 징계를 놓고 이 '일베' 용어의 뜻이 무엇인지부터 여기에 지역감정이 내포되어 있는가, 개인이 인터넷 용어를 사용한 것이 처벌을 받을 정도의 무거운 죄인가 등등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 글의 의미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기회는 많았지만 잡지 못했던 2군 선수

일단 야구팬의 입장에서는 윤완주가 어떤 선수인지부터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부산 개성고(전신 : 부산상고, 노무현 대통령의 모교)를 졸업한 윤완주는 1989년 생으로 고교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경성대로 진학한 선수다.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로 경성대에서는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으며 2011년에 춘계 대학리그 타격왕에 올랐지만 드래프트에서는 10라운드 전체지명 90위라는 상당히 낮은 순번으로 계약금 2천 5백만원을 받고 간신히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상당히 지명도가 낮은 선수였고, 크게 기대하기도 힘든 선수였지만 2012년 개막전에서 부상으로 무주공산이 된 3루 자리를 꿰차면서 3루와 유격수를 함께 소화하며 68경기 동안 90타수 24안타 6타점 17득점 5도루, 타율 0.267를 기록했다. 이후 2013년과 2014년에는 어쩌다 한 번 1군에 콜업되기도 했지만 인상적이지 못하고 주전경쟁에서 밀리는 등 그저 그런 2군 선수였다. 시즌이 끝난 후 군 복무를 위해 상무에 지원했으나 탈락했으며, 올해는 주전 내야수인 안치홍과 김선빈이 군입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1군에 올라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팬들이 선수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진 상황

타이거즈 팬들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생각을 해 보자.주전들의 부상이 잦아 백업들에게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이 주어졌던 기아 타이거즈의 최근 상황들을 생각해보면, 기회를 꽤 많이 줬음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을 남긴 윤완주를 타이거즈의 팬들이 평소에 아주 큰 애착을 갖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주전 내야수가 둘이나 군에 입대하게 된 상황에서도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선수가 다른 논란도 아닌 일베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기아 타이거즈의 연고지는 광주와 전라도로, 일베에 대해서는 치를 떨 수 밖에 없다. 그런 사이트를 응원 구단의 선수가 즐겨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이 사실에 팬들이 분노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팬들이 선수를 받아들이기 힘든데 구단에서도 그 선수를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을리가 만무하다. 89년생으로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며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선수가 상무에서조차 탈락하고, 주전 내야수들의 부재로 인해 펼쳐진 백업들간의 경쟁에서도 뚜렷한 장점을 보이지 못하며 2군에 머물러있는 선수가 경기 외적인 것으로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그냥 내버려 뒀다가는 시즌 초반 좋은 기세로 새로운 감독과 함께 분위기 쇄신을 시작하고 있던 구단이 팬들에게 엉뚱한 이유로 큰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배경을 인지한 상태로 이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3개월 자격정지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묘수 

성적도 좋지 않고 같은 포지션에는 더 괜찮은 경쟁자들이 있으며, 나이가 마냥 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선수가 있다. 그 선수가 하필이면 연고지 팬들이 가장 싫어할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다. 구단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타이거즈의 선택은 '3개월 자격 정지'라는 초강수였다. 이 징계의 내용을 두고 '인터넷 댓글이 그렇게 큰 죄로 평가받느냐'는 의견들이 상당히 많다. 혹자들이 말하듯 3개월 자격 정지라는 징계가 그렇게 부당한 것일까? 구단 입장에서는 팬들의 반발로 인해 멀쩡한 선수 한 명을 사용하지 못할 상황이 됐다. 이렇게 구설수에 오른 선수는 아주 좁은 국내 리그 특성 상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윤완주는 지난 두 시즌간 부진했지만 그나마 올해는 퓨쳐스리그 7경기에서 0.478의 고타율과 1홈런 5타점 4도루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 이 선수에 대해 징계를 내리고 그 징계 내용을 통해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선수가 반성하는 모습을 어필하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한 처사일 것이다. KBO의 입장에서는 구설수에 오른 사안에 대해 구단이 직접 나서서 조치를 취한다고 하니 구단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리그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징계를 받았다고 해도, 팬들은 윤완주의 징계가 끝난 후 1군에 모습을 드러내면 쉽게 그를 응원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징계가 아예 없었을 때 받게 될 매서운 질책보다는 덜할 것은 분명하다. 선수의 입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했는데도 팬들과 여론에 의해 1군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계속 구설수에 오르는 것보다는 3개월 간의 기간 동안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후에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프로야구는 팬들의 여론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 돌이켜 보면, 개인사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지만 징계나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아 팬들의 비난을 받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기회를 꾸준히 보장받지 못하며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게 된 선수들이 꽤 많다. 또는 구단에서 아예 선수를 임의탈퇴 혹은 방출하여 아예 그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으로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앗아간 케이스도 있다. 그에 비하면 이번 징계는 상당히 깔끔한 일처리인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논란에 휩싸인 선수를 위한 조치라고도 할 수 있다. 부디 윤완주 선수가 반성의 시간을 갖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해서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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