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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경질에 대한 다이노스 팬의 푸념

스포츠/야구

by Chanu Park 2018. 6. 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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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경문 감독이 사퇴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즌이었다. 팀 성적은 곤두박질치는데 마무리투수 임창민은 어깨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구단은 팀 성적을 이유로 수술을 막으려고까지 했다. 불펜에서 몇 년 동안 고생한 원종현과 김진성도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김경문은 김성근에 이은 혹사의 아이콘으로 전락해 온갖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불펜 뿐만 아니라 선발진도 정상이 아니었다. 이재학과 왕웨이중은 시즌 초반 엄청난 호투를 보여줬지만 왕웨이중은 피로로 인해 2군을 간 상황이었고 이재학은 점점 지쳤다. 새롭게 뽑은 외국인 투수 베렛은 이미 김경문 감독에겐 아웃 오브 안중이 됐다. 장현식은 6월이 되어서야 겨우 불펜으로 돌아왔고 최금강은 배팅볼 투수가 되어 버렸다.


그래, 엔씨는 원래 나테이박을 위시한 타격의 팀이었다. 테임즈는 미국으로 금의환향했고 이호준은 은퇴했으며 박석민은 도대체 파업 중인건지 뭔지 모르겠다. 나성범은 팀내 유일한 3할 타자가 되었다. 리그는 타고투저가 심하다며 3할 타자가 넘쳐난다는데 이 팀에는 나성범 딱 하나다.


10위로 떨어진 팀의 상위권 팀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기만 했다. 1위팀과의 승차는 물론이거니와 5~9위팀의 승차보다 9~10위 팀의 승차가 더 벌어진 압도적 꼴찌가 됐다. 결국 이 팀은 김경문을 경질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다.










다이노스는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던 팀이다. 어떻게 가을야구 하던 팀을 10등으로 꼬라박고 사퇴하는 사람이 성적에 대해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언급이 있는 기사는 하나도 없고 구단에서 내놓은 ‘고문으로 모시며 예우를 갖추겠다’는 기사 뿐일까? 여러모로 대단하다.


전임 감독에 대한 예우 같은건 다 이해한다. 김경문 감독이 이제껏 쌓은 성적 좋았고 창단팀 감독으로 이 정도 성과낸 후 물러나는 것에 대해 예우 할 만 하다. 고생하고 쫓아내려니까 미안해서 대우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좋게 한 것이겠지. 그러나 이후 상황을 살펴보면 본질적으로 ‘왜 짤랐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1. 물론 '지금 성적이 이 모양이니 짜르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 미안하니까 <자진 사퇴> 형식으로 경질한 후 초대감독으로써 고문 예우도 해준다고 하고 말이다. 그런데 자진사퇴라는 형식이든 경질된 것이든 세상 어디에도 ‘성적 10등으로 떨어져서 팬들께 죄송하다. 물러나겠다.’라는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의 이번 사퇴가 ‘나 김경문이야. 이제껏 잘했어. 10등해서 자존심 존나 상함. 그만할거야.’ 식의 사퇴인가? 그것도 아니잖아?


2. 김경문 감독을 내보낸 목적이 무엇인가? 성적을 보니까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 아닌가? 그런데 당장 대안도 없이 ‘올시즌은 단장이 직접 감독대행 하는 체제로 갈 것’이라는데 이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인사인가? 이건 '단장과 감독 사이가 너무 나빠서 단장이 감독 짜르고 직접 감독하기로 했다'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는 인사 밖에 안된다.



3. 결국 남는 의문들은 ‘...왜 짤랐지?’, ‘짜른다고 분위기 반전되며 바뀌는거 맞나?’, ‘김경문이 그대로 감독 자리 있는 거랑 차이가 뭐지?’, ‘더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건가?’ 뿐이다. 


여기에 더불어서 남는 마지막 의문점. ‘구단은 현재 꼴찌인 상황에 대해 팬들에게 미안한건가, 김경문 감독에게 미안한건가?’


4. 감독이 바뀌는 큰 변화가 생겼는데 성적의 변화는 1도 기대할 수 없는 변화면 도대체 이게 왜 필요한 변화인지 모르겠다. 팔다리가 부러진 환자한테 항암치료 하는 것 같은 이해안가는 상황이다.


5. 성적 10등이라 짤린 감독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은 많고 성적 10등인 팀 팬들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2018년 6월 3일 김경문 감독이 경질된 이후 6월 12일 LG와의 1차전까지의 성적은 2승 5패다. 기껏 내려보낸 타격코치가 다시 1군으로 돌아온 덕분에 타격은 더욱 답이 없는 상태다. 베이징 올림픽 우승 전력이 있는 감독을 황금사자기 우승 감독으로 바꾸면서 주장도 박석민으로 교체했고 주장이 된 덕분인지 지명타자로 선발라인업에 자꾸 들어와서 속을 뒤집어놓는다. 무려 4번타자라신다. 박석민이 2년째 열심히 삽질을 해서 팀을 10위 자리에 묻어버렸다.


김경문 감독이 그토록 사달라던 96억짜리 거포 3루수가 공을 쳐내야 하는데 감독을 경기장 밖으로 쳐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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