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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와 미디엄 사이에서 적는 티스토리 찬가

내글/잡담

by Chanu Park 2018. 2. 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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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여자친구가 블로그에 여행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을 보고 나도 블로그에 글을 쓴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내 블로그는 너무나 황폐했고, 모바일로는 도저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PC환경에만 맞춰진 블로그였다.


어느 순간 잊혀져버렸던 블로그의 비밀번호를 되찾고, 사진을 업로드 한 후 블로그의 레이아웃을 새로 바꾸기로 했다. 블로그 비밀번호를 잊는 바람에 30분간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 30분 동안 새로운 블로그 서비스가 어떤 것이 나왔는지 살펴볼 겸 검색을 시작했다.


네이버블로그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구글에서 지원하는 블로그스팟이 신흥 주자로 떠오르는 것 같더니 이제는 그 힘이 다했는지 관련 글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 카카오에서 새롭게 서비스 중인 브런치(https://brunch.co.kr/)나 블로거닷컴과 트위터 창시자인 어반 윌리엄스가 만든 미디엄(https://medium.com/)을 이용하는 유져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브런치의 경우 작가가 되어야 할 것만 같은 서비스 컨셉이 굉장히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그래서 미디엄의 계정을 만들고 약 10분 간 미디엄에 도전해봤다. 


계정 생성은 구글 계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어렵지 않았다. 사진과 글을 올리고 나니 깔끔한 흑백 디자인이 가독성을 높여주고, 모바일과 태블릿 PC에서 접속을 해도 꽤 깔끔했다. 똥을 써도 황금처럼 보일 것만 같은 예쁜 디자인에 하마터면 미디엄의 신입생이 될 뻔 했다.


그러나 태그 과정에서 한글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고, 옛날 공문서에서나 쓰일 법한 단조로운 폰트 또한 똥이 황금으로 보이기엔 약간 힘이 모자라 보였다. 추천 글도 전부 영어인데 한글 관련 서비스가 빠른 시일 내에 좋아질 리 만무하고, 어차피 그곳도 아무도 안 읽어주는 곳일 텐데 그런 곳은 티스토리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던 찰나, 티스토리의 반응형 스킨 중 미디엄의 디자인과 매우 흡사한 이 스킨을 찾았고, 난 굳이 7년 간 똥을 모아둔 이 곳을 떠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을 고쳤다. HTML 그런거 하나도 모르지만 수많은 능력자들이 스킨을 만들어서 배포해 주시는 이곳은 나같은 무능력자에게 너무나도 안전한 곳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카카오가 다음을 합병하던 시기에 티스토리야말로 가장 먼저 정리될 서비스가 아닐까 걱정하며 SNS 유랑자가 될까봐 마음졸였던 적이 있다. 그러나 티스토리는 카카오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존재감을 지닌 서비스였는지 다음에 속해있을 때처럼 여전히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채 카카오의 찐따서비스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듯 하다.


기쁜데 슬프군.


티스토리가 앞으로도 꾸준히 찐따서비스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서 끝까지 살아남는 서비스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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